황해 (2010) - 훨씬 더 멋진 영화가 될 수 있었을텐데 보는 것

 

 

황해는 노력한 흔적이 영화 전체에서 보이는 영화입니다. 굳이 2010년 하반기 한국영화 최대 기대작이다, 제작비가 백억이 넘는다더라, 몇 천컷을 넘게 찍었더라 라는 말을 붙이지 않아도 모든게 영화 자체에서 티가 납니다. 갖가지 화려한 수식어구가 붙었음에도 '에, 고작 이거야?'라는 말을 나오게 하는 몇 몇 영화들을 생각해보면 이는 칭찬받을 만하죠.

 

 영화는 4부로 구성되어있습니다. 한국에 가서 소식이 끊긴 아내때문에 절망하며 살아가던 조선족 구남이 면가의 살인청탁을 받게되는 이야기의 1부, 한국에 온 구남이 살인 청부를 수행하려 하지만 뭔가 꼬이기 시작하는 이야기의 2부, 그리고 스포일링이 되기에 자세한 언급은 할 수 없지만 추격과 도주 그리고 살육이 넘쳐나는 3부와 이야기의 끝맺음인 4부 이렇게요. 굳이 각 부마다 제목까지 붙여가며  영화를 나누어 놓을 필요가 있었나 싶습니다. 각 부마다 크게 이질적인 이야기가 담긴 것도 아니구요. 하지만 중반부부터 폭주하는 이야기 속에서 잠깐 숨을 돌릴 시간을 주는 효과는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2부까지는 예고편을 보면 예상할수 있는 스토리로 흘러가던 영화는 3부부터는 폭주하기 시작합니다. 예고편에서는 전혀 드러나지 않았던 김태원 사장이라는 새로운 인물이 3부부터 등장하면서 영화 속 구남의 운명만큼이나 영화의 이야기도 꼬이게 되죠. 김태원 사장은 한국 영화에서 나오는 전형적인 나쁜 '높으신 분'입니다. 역시 자세한 언급은 스포일링이 되기에 적지 않겠지만 3,4부에서 이 인물은 구남, 면가와 함께 이야기를 지탱하는 삼각축이예요.

 

 

 영화 황해의 문제는 이 삼각축이 이야기를 지탱하기에는 꽤나 삐그덕대고 있다는 겁니다. 불쌍한 주인공 구남은 제쳐놓고보면 면가와 김사장은 구남의 상대편에서 영화를 끌어나갈 악역입니다. 그런데 그나마 면가가 재밌는 미친 놈이라면 김태원 사장은 재미없는 미친놈입니다. 음, 아무래도 표현이 거칠긴 하지만 이 말이 가장 잘 어울려요. 김사장의 행동은 상식적으로 이해 할 수 없는게 많은데다가 그렇다고 해서 그 행동이 영화속에서 뭔가 대단한 효과를 주지도 않아요. 그저 3,4부 내내 피바다를 실컷 감상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것 밖에는 말이예요. 전 3부 중반부를 넘어가면서 부터 계속 이 생각이 머리에서 사라지질 않더랍니다. '아니, 쟤는 왜 저기서 저런 행동을 해야돼?' '저 사람은 왜 쟤를 쫓아야 하지?'

 

 결국 내러티브가 약해진 상태에서 황해의 후반부의 폭주는 그저 폭주를 위한 폭주일 뿐이라고 느껴졌습니다. 얼핏 들은 바로는 황해는 시사회를 하고 나서도 어제까지 계속 편집작업을 했다고 하는데, 상영시간을 맞추느라 버려진 부분에서 인물의 행동의 당위성을 더해주는 장면이 더 있었는지도 모르겠지요. 설마 감독판이 나오면 상영타임 3시간같은걸 끼얹나?

 

 

 

 한 가지 재밌는건 폭주를 위한 폭주지만 전 그것만으로도 꽤나 만족했습니다. 폭주를 위한 폭주라고 비판했지만 정작 영화 티켓값이 아깝지 않은 이유는 그것 때문이니 우습죠. 맨 처음에 말했다시피 정말 엄청나게 공을 들인 장면들이란게 보이고 그 노력은 관객에게 짜릿함을 선사해줍니다.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피비린내 나는 패싸움이나 많은 분들이 극찬하신 카체이싱 장면 등등 말이예요. 황해는 촬영 컷수가 어마어마하다고 들었는데 확실히 그 티가 납니다. 이야기가 비교적 천천히 흘러가는 초반부에서 짧은 쇼트가 난무할때는 어색하다는 느낌도 들었지만 이야기가 폭주하는 중반부를 지나면서는 그 장면 자체의 내용과 훌륭하게 결합해서 보는 사람을 정신없이 빠져들게 해요. 전체적인 이야기는 차치해놓고서라도.

 

 많이들 이야기하는 영화의 결말에 대한 생각은.. 음, 역시 앞에서 말했던 것의 반복이예요. 행동의 당위성을 느끼지 못한 상태에서 흘러가던 이야기를 마무리하다 보니 아무래도 의문이 남는 장면이 남게 됩니다. (보신 분들만 아실 수 있는 이야기지만, 김정환씨가 그래서 어쨌다는 거지요? 짐작이야 합니다만 꽤나 불친절한 장면이었죠). 그리고 가장 마지막 장면은 허무함을 강조하고 싶었던 감독의 장치일 뿐이죠. 개인적으로는 사족이라고 느꼈어요.

 

 연기에 대해서는 언급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훌륭하니 패스. 김윤석씨는 아귀때도 그렇고 어떻게 이렇게나 '재밌는 미친놈' 연기를 잘하는지 모르겠어요. 웃음소리가 특히 기억에 남네요. 타짜의 아귀 역에서도 보여주셨던, 깊은 곳에 악을 숨겨놓은 그 '허허허'하는 웃음소리 말이예요.

 

 

 음악은 무난했고... 전 효과음이 기억에 남네요. 손가락 자르는 소리는 지금 생각해도 몸서리 쳐지는군요. 아, 그러고보니 영화의 잔인함에 대해서 말하자면 장면들이 정말 사실적으로 잔인합니다. 특히나 흉기로 찌르는 장면들이요. 영화 추격자를 보지는 않았지만 그 정도 수위와 비슷할 듯? 중후반부 부터는 8할이 피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피바다가 펼쳐지고 스크린에서 피비린내가 나는것 같았더랍니다. 극장 내 여성관객들이 비명을 지를 정도는 아니었지만 고통스러워 하는게 느껴지더라구요. 그래도 개중에 재밌는 장면도 있어요. 면가의 '그' 무기라던가.

 

 별점을 내려볼까요. 별 네 개를 만점으로 친다면 후반부의 내러티브의 부실이 제게는 감상을 계속 방해 했기 때문에 1개는 마이너스. 하지만 그 이상 흠 잡을 곳은 없군요. 정말 공을 들인 영화라는게 티가 났고 무엇보다 2시간 반을 지루할 겨를이 없게 한건 보통 영화로서는 하기 힘든 일이죠. 결론은 별 네개 만점에 ***. 아쉬워요 정말. 훨씬 더 멋진 영화가 될 수 있었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