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이스토리 3 - 영화와 함께 나이를 먹는다는 행복 보는 것





(영화를 본 사람은 무슨 말인지 알 수 있는 정도의 영화내용 묘사가 있습니다.)


 

 토이스토리3의 소식을 제가 처음 알게된건 작년.. 정확히 언제인지는 기억이 안나네요. 영화관에서 상영전 광고로 토이스토리 3가 나왔는데 참 간단한 광고였어요. 우디와 친구들이 토이스토리 3 로고를 화면 가운데로 끌고 오면서 서로 말하는게 전부였으니까 말이예요. 정말 오랜만에 보는 캐릭터들이기에 반갑기도 했지만 사실 전 걱정되는 마음이 컸더랍니다. 그 광고로는 내용을 짐작할수 없었던지라 이거 픽사가 혹시 소재가 떨어져서 D모 회사의 S모 시리즈처럼 토이스토리를 우려먹기라도 하려는건 아닌지 걱정이 생기더라구요. 다행히 토이스토리 3가 북미에서 개봉 된 후 평론과 관객 모두 놀랄만한 반응을 보여주었고 영화의 줄거리도 어느정도 알게 되고나서 저는 정말로 괜한 걱정을 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죠, 픽사 작품인데 저런 걱정을 하다니 저도 참.

 

 그리고 오늘 상당히 기대를 하고 왕십리 아이맥스에서 토이스토리 3 관람을 하고 왔습니다. 보고나서 제일 먼저 든 느낌은 이거였어요. 저런 걱정을 한 것조차 미안하다는 느낌. 제작사인 픽사에게 뿐만이 아니라 토이스토리 3라는 영화 자체에 대해 그런 감정이 들더랍니다. 마치 토이스토리 3가 인격을 가지고라도 있는 듯이 말이예요. 맞아요. 저에게 영화 토이스토리 3는 하나의 인격체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정확히는, '친구'요. 어렸을 때 같이 놀다가 헤어진 후 오랜만에 만나보니 서로 같이 나이를 먹어있는 친구 말이예요.

 

 

 제가 이러한 느낌을 받은 것은 제가 실제 세월에서 먹은 나이가 영화 속에서 앤디가 먹은 나이와 거의 같아서일거예요. 토이스토리 1을 처음 보았을 때 그 당시의 앤디처럼 장난감을 가지고 놀던 꼬맹이였던 제가 토이스토리 3를 볼 때에는 역시 이 영화속의 앤디처럼 대학생이 되어있었습니다. 이러한 배경은 물론 픽사가 의도적으로 계획한 것이겠지만 저는 영화를 보면서 처음으로 영화와 함께 나이를 먹는다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고, 그것만으로도 이 영화를 보는 내내 행복했어요. 같이 나이를 먹어가는 친구가 있다는 건 얼마나 행복한 일입니까. 토이스토리 3의 첫 장면 후 나오는 과거~현재까지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는 연출에서는 울컥할 수 밖에 없었어요.

 

 토이스토리 3는 이렇듯 시리즈의 속편이 생각해 낼 수 있는 최고의 착안점에서 이야기를 시작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하지만 거기서 끝나지 않았어요. 토이스토리 3가 다루고 있는 이야기는 앤디와 장난감들의 헤어짐이지만 이 이야기는 얼마든지 일반적인 헤어짐의 원리로 확장해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나아가 극중에서 앤디가 장난감들에게 가지는 위치가 절대적인 신과도 비슷하게 표현되는 걸 보면 이 귀여움 가득한 영화가 실은 대단히 종교적이고도 철학적인 담론들까지 포함할 수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픽사의 전작인 '월E'나 '업' 역시 주제의 깊이는 깊었지만, 저는 토이스토리 3는 겉으로는 저 영화들보다 더 가볍게 보이지만 속으로는 더 무거운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런 머리아픈 주제를 생각하지 않고 봐도 토이스토리 3는 얼마든지 좋은 영화예요. 재미있는 장난감 친구들은 여전합니다. 개그만 놓고 보면 토이스토리 1,2보다 더 재밌었어요. 물론 나이를 먹어서인지 살짝 유치한 느낌도 있었지만 그 유치함이란 사랑스러운 유치함이죠. 개인적으로는 남자 포테이토 인형이 등장하는 특정 장면에서 정말 많이 웃었는데 다른 관객들 역시 그러하더라구요.

 

 토이스토리 3 내용의 상당부분은 탈주극으로 이루어져있는데, 이 부분은 앞에서 말한 개그 요소들과 적절하게 어울려져 웃기기도 웃기지만, 후반부에 가면 이거 왠만한 어설픈 헐리우드 영화들하고 비교할 게 아니구나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 잘 짜여졌고 몰입도도 높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적으면 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에 넘어가지만... 전 이 나이를 먹고도 갈고리신님을 보고 기뻐서 소리를 지를뻔 했습니다 :)

 

 

 많은 분들이 토이스토리 3의 가장 좋았던 부분으로 결말을 뽑으시고 저 역시 그러합니다. 저에게 장면은 이성을 떠난 순전한 감성의 영역이기에 제 부족한 글솜씨로는 뭐라 적을수가 없네요. 다만 이 말이 너무나도 잘 어울린다는 말과 함께 글을 마칩니다.

 

'다시 만나서 반가워, 하지만 안녕히'가 아닌, '다시 만나서 반가워, 그리고 안녕히'


덧글

  • 이숑숑 2012/07/20 01:54 #

    으아 리뷰만 읽어도 눈물이 나요 정말 뭉클한 라스트씬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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