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나이트 라이즈 생각나는대로 평(스포) 보는 것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트릴로지의 마지막 작품이다. 세 작품의 관계는 발단-전개 절정-결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인데, 다크나이트에서 이미 절정을 찍었기에 트릴로지에서 라이즈의 역할은 최대한 앞의 두 작품을 잘 수습해서 결말을 내는 것일 수 밖에 없다. 아니 그래야만 한다. 그런 의미에서 최고 절정부에 해당했던 다크나이트와의 비교는 근본적으로 라이즈에게 불리할 수 밖에 없다랄까. 그냥 개인적인 라이즈 옹호.


-전작들에 비해 등장인물이 꽤나 많아졌다. 라즈알굴-배트맨(곁다리 허수아비), 조커-배트맨-하비덴트의 이전작들의 명확한 대립구도에 비해 배트맨-베인-캣우먼-존블레이크-미란다 테이트의 관계를 어떻게 작품속에 연계적으로 구현해낼수 있을지, 사실 보기 전부터 저 많은 인물들을 보고 걱정이 많았다. 누구 하나 빠뜨리지 않고 다루기가 결코 쉽지 않을텐데 러닝타임을 크게 늘렸고 그럼에도 빠듯했지만 일단은 해냈다. 일단은. 다만 그게 성공적이었는가는 평이 갈리는 듯 한데, 개인적으로는 나쁘지 않게 봤다. 


-배트맨과 베인의 대립구도가 후반부까지 잘 드러났고(결말이 너무나도 허무했다는건 부인할 수 없다), 베인과 테이트=탈리아 알굴의 숨겨진 관계는 꽤나 신선했고(악평이 꽤 많지만..이에 대해서는 다시 서술) 존블레이크가 배트맨의 재등장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마지막 부분에 로빈 Begins가 되는 것이나. 특히 개인적으로는 캣우먼의 나올때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모습이 매우 좋았다. 이야기 전개에도 비중이 컸고. 놀란 감독이 개봉전 인터뷰에서 하나의 거대한 서사시를 만들려고 시도했다고 하던데 다크나이트 라이즈라는 서사시 안에서 각기의 인물들은 맡은 역할을 다 하고 있다.



-등장인물 뿐만 아니라 스케일도 엄청 커졌다. 이제는 고담시 자체가 날아가느냐 마느냐가 되어버렸다. 훗 이래야 마지막답지!(응?) 예고편에서도 나온 풋볼 경기장 붕괴 장면을 아이맥스 스크린으로 보니 정말 어마어마 하더라. 고담시 전체를 비추며 연쇄적으로 폭발이 일어나고 다리가 무너지고.. 아이맥스의 거대한 화면에 의해 극대화된 스케일 자체가 볼거리였다. 나는 보는 내내 전율에 등줄기가 서늘하더라. 이 외에도 도입부의 비행기 탈취장면이나 새로운 배트모빌의 활약, 배트맨과 베인의 마초냄새 물씬 나는 격투 등. 볼거리 면에서 관객들을 만족시킬만한 요소가 충분하다. 전체적인 이야기 흐름 속에서 블록버스터 본연의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고 느꼈다.


-영화의 제목은 다크나이트 라이즈이지만 다크나이트 이후의 배경에서 비긴즈에 관련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나는 다크나이트는 여러번 감상했지만 비긴즈를 본건 한 번 뿐이기 때문에 관련된 이야기가 나올때마다 머리속을 더듬느라 고생좀 했다. 그럼에도 아직 제대로 이해 못한 장면들도 좀 있는것 같고... 왜 하필 비긴즈인가?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전작인 다크나이트의 조커-하비덴트 스토리는 더이상 이후의 이야기가 나올 거리가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종결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다크나이트의 개별 작품으로서 완성도가 높은 이유이기도 하고. 거기에 비긴즈의 악당 라즈 알굴의 경우는 설정 자체가 뒷이야기를 만들기에 아주 좋지 않은가?(=탈리아 알굴의 존재) 놀란 감독도 비긴즈를 만들 때부터 이 점을 염두에 뒀으리라 생각한다.



-배트맨과 브루스 웨인의 시간적 비중이 이전에 비해 짧은 편이다. 앞에서 말했던 것처럼 다뤄야할 등장인물이 워낙에 많기 때문. 그래도 주인공답게 나올때마다 존재감이 장난 아니다. 특히 감옥에서 탈출구로 Rise하는 장면의 전율이 잊혀지지 않는다. '그들이 뭐라고 하는거죠?' 'Rise'. 고담시로 컴백했을 때 도화선에 불을 놓자 빌딩에 떠오르는 배트맨 마크도 명장면. 최후에는 핵폭탄과 함께 장렬히 전사.... 인줄 알았는데 살아있다더라. 어찌됬든 고담시의 수호자다운 '배트맨'의 최후. 이로써 저스티스 리그는 굿바이?



-메인 악당은 베인인데... 전작의 메인 악당 조커가 보통 괴물이 아닌지라 비교는 패스. 생긴것 답게 마치 혁명군의 수괴같은 모습이 꽤나 멋졌다. 개인적으로는 대사가 마스크를 걸러서 나와서인지 감정선이 잘 느껴지지 않은 아쉬움이 있지만.. 포스가 넘치는 대사나 장면도 꽤 있다. '넌 어둠을 택했지만 난 어둠에서 태어났지. 어둠은 널 배신했지만 난 어둠을 지배한다'대사라든가. 고든의 비밀연설문을 읽으며 하비덴트의 사진을 찢어버리는 장면이라든가. 그래서 베인의 기원이 밝혀지고 나서 허무해하는 반응이 많다. 모든게 탈리아 알굴 때문이었다니. 덧붙여서 눈물까지. (순정마초??) 베인에 대해 조금 변명을 하자면, 탈리아 알굴의 지시였지만 베인 자신의 가치관과 크게 달랐다면 애초에 지시를 따랐을까도 의문이고, 그의 무정부주의적이고 혼돈에 가득찬 가치관이 형성된것도 지하 감옥의 그 지옥같은 환경을 겪으면서... 라는 나름 타당한 기원이 아닐지? 기원조차 알 수 없는 조커의 초인적인 면모랑 대조는 좀 불공평하지 않나 싶다. 조커가 특수한 경우인거다. 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기 때문에 개인의 취향으로 넘겨두기로 하자. 아, 그래도 대포 한방에 훅간 최후는 너무했다. 그 직후의 캣우먼의 '살인 안할수는 없잖아?'라는 센스있는 대사는 좋았지만.


-탈리아 알굴은.... 반전 자체는 제법 괜찮은 반전이었다. 개봉전에 예상하던 사람들이 있었지만 (덧붙여 블레이크도) 나는 안 믿고 봤기 때문에. 하지만 탈리아 알굴의 정체성을 보여주기에는 이미 러닝타임의 한계가 있었고 트럭에 얼굴박고 사망. 아 망했어요. 비긴즈와의 연계성을 보여주는 존재라는 면에서는 꼭 필요했던 캐릭터라고 할 수 있겠지만.... 



-캣우먼은 보기 전에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정작 보고 나서는 제일 기억에 남는 캐릭터. 내가 앤 해서웨이를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었다는 걸 알았다. 이전의 배트맨 작품들에서 어두운 면이 강한 캣우먼의 이미지와는 달리 새로 해석된 미워할수 없는 귀여운 악당 이미지가 매우 마음에 들었고 앤 해서웨이도 그런 측면을 잘 살려서 연기한 듯. 놀란 감독의 배트맨 시리즈에서 여자 악당이 왠지 어울리지 않는 이미지여서 어떤 모습일지 걱정이 많았는데 순전히 기우였다. 앤 해서웨이의 액션씬을 보면서 와우 그녀에게 이런 면이?! 거기에 늘씬한 몸매와 조화되어서 아주 잘 어울렸다. 배트바이크를 탔을때의 몸매선도 매력적.



-블레이크는 보기전에 필요한 캐릭터인가 하는 의문이 있었지만.. 작중에서 이야기 흐름에 필수적인 몇몇 역할을 하고 무엇보다 일개 경찰에 불과했던 그가 성장하여 마지막의 '로빈 비긴즈'가 됨으로써 다크나이트 라이즈의 주제를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캐릭터가 아니였나싶다. 자세한 이야기는 이후 서술.


 


-그 외의 배트맨의 조력자들인 고든,알프레드,루시우스 등은 모두 훌륭한 조력자의 역할을 한 듯. 그 와중에 알프레드가 꽤 돋보였는데 그가 눈물흘리는 장면에서 극장에서 훌쩍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도 가슴이 찡했고. 


-허수아비 역할을 맡은 킬리언 머피가 혁명법정 판사로 나온걸 보고 씩 웃음이 나왔다. 왜이렇게 반갑던지. 결국 트릴로지 모든 작품에 개근하셨군요, 킬리언 머피! 거기에 인셉션까지!


-이번에도 한스 짐머가 맡은 음악은..... 개인적으로는 다크나이트보다 좋았다. 모든 장면에서 그 장면을 제일 돋보이게 하는 음악들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예고편에도 나왔던 단체 외침으로 시작되는 그 음악은, 다크나이트의 조커 테마만큼이나 듣는 것 만으로도 전율이 돋았다. 영화 본 사람이라면 무슨 음악인지 알겠지. OST를 필청하고 싶은 기분. 다크나이트 라이즈를 보면서 수없이 등골이 서늘해졌는데 이는 음악 덕이 매우 컸다.


-편집은 초반부는 너무 정신없는 감이 있었는데(사실 그래서 초반부를 이해하는데 꽤나 애먹었다. 놓칠뻔한 복선도 많이 있고. 뒤에서 대부분 회수해서 다행이었지만) 뒤로 갈수록 빠른 편집이 오히려 시한핵폭탄때문에 초단위로 다가오는 긴박감을 살렸다는 느낌. 그래도 썩 만족스럽지는 않다.


-다크나이트 라이즈를 보면서 머리로는 이 작품의 흠이 보일때마다 저평가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가슴으로는 배트맨 트릴로지의 작품 중 가장 깊게 와닿았다. 극후반부에 고든에게 '어린아이의 어깨에 코트를 걸쳐주며 세상이 끝나지 않았다고 얘기해주는 사람도 영웅이다'라는 대사에 눈물이 찔끔 고이더니 영화가 끝날때까지 그 눈물이 사라지지 않았다. 다크나이트가 라이즈보다 더 치밀하고 완성도높은 작품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라이즈는 배트맨 트릴로지가 끝나면서 안겨준 가슴의 울림이 있었다. 



-결론적으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배트맨 트릴로지를 통해 무엇을 전달하고 싶었던 걸까? 그는 비긴즈의 테마를 공포, 다크나이트의 테마를 혼돈, 라이즈의 테마를 고통이라고 말한 바 있다. 비긴즈에서 공포를 극복하고 배트맨이 된 브루스 웨인은 다크나이트에서 조커라는 사상 최악의 혼돈을 만난다. 다크나이트에서는 그러한 혼돈에 대해 제대로 된 해결책이 나오지 않았다. 두 배를 놓고 벌인 조커의 '사회실험'에서 희미한 해결책이 나오기는 하지만, 완전하지는 않다. 평론가 듀나의 평을 빌리자면, '영화가 우리에게 제시할 수 있는 것은 아마도 최악의 선택은 거부할 힘이 있는 것 같은 대중에 대한 막연한 기대 정도일 텐데, 여러분은 그게 믿음이 갑니까?'. 이 때문에 다크나이트~라이즈의 기간 동안 배트맨=브루스 웨인은 엄청난 고통을 겪고, 이는 라이즈 중반부까지 계속된다. 고담시 또한 하비덴트 법이라는 미봉책을 내놓긴 하지만, 라이즈에서 이는 완전히 붕괴한다. 하지만 배트맨은 다시 Rise하면서 고담시를 지켜내고, 그의 희생은(배트맨은 공식적으로 사망했다. 브루스 웨인이 아닌) 고담시의 시민들에게 대중에 대한 막연한 기대를 넘어선, 정의와 질서에 대한 확실한 의지를 갖게 만든다. 작중에서 이 표현이 확실하지는 않지만,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평범한 경찰에 불과 했던 존 블레이크가 각성하여 배트맨의 파트너 포지션인 로빈이 되는 것으로 이를 유추할 수 있지 않을까. 고담시는 더 이상 배트맨이 필요 없을 정도로 누구나 배트맨이 추구했던 정의를 믿고 있는 것이다. 배트맨은 다크나이트 라이즈에서 비상(Rise)해서 고담시의 이상이 되었다. 그리고 이 결말은 배트맨 트릴로지를 마무리 짓는데 가장 최선의 엔딩이 아니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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